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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기와 함께/북의 요새에서(北の砦にて)

북의 요새에서 4부 10

by Iskierka 2021.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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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부 - 불가사의한 사건

 

10. 피서(3)


[등장인물]

· 로도스 : 무서운 얼굴 군단의 리더적 존재. 러시아의 암살자 같은 풍모
· 리더 : '외눈의 기사'의 말. 초식동물답지 않은 위압감과 근육


 

다음날 우리는 소풍을 갔다. 우리는 피서 온 왕족 두 가족, 사단장 가족, 영주 할아버지에 단장님, 북쪽 요새에서는 나와 외눈의 기사, 지단장님, 그리고 킥스와 티나, 레카, 무서운 얼굴 군단과 문지기 오빠, 그 밖에도 여러 명의 기사들.
왕족과 영주의 근위기사에 하인들도 있어 제법 대식구였다.

 

장소는 스노우레어산 자락에 펼처진 숲속 가장자리였는데, 내가 추천하는 곳으로 안내했다. 이쯤에서 마침 숲이 끊기고 광활한 들판이 펼쳐져 있는 것이다. 조금 너머로 맑은 해빙수가 흐르는 강도 보이고 지금같은 여름엔 드문드문 예쁜 꽃도 피어 있다.
겨울이 되면 눈에 파묻히지만 지금은 기분 좋은 장소다.

 

“자, 다 왔어.”

 

나는 외눈의 기사와 함께 외눈의 기사의 말인 리더를 타고 있었는데, 내리는 순간 촤악! 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이런 넓은 장소에서 마구 뛰어다니는 것은 즐겁지!

 

“너무 멀리 가지 마!”
“이렇게 보니까 정말 개랑 닮았어.”

 

신나서 혀를 내밀고 달리는 나에게 킥스가 소리쳤고 마차에서 내린 왕자님이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내가 뛰어다니는 사이 야유회 준비는 착착 진행됐고 하인들이 들판에 카펫을 깔고 테이블과 의자, 커다란 차양이 있는 파라솔을 세팅했다. 그런 부피가 큰 걸 잘도 가지고 왔네. 왕족이나 귀족의 소풍은 돗자리만 있으면 안 되나.

 

그러나 테이블 세트는 한 쌍밖에 없었고, 거기에 앉은 것은 왕비님과 아스크 전하의 부인, 그리고 샤론과 지단장 어머니의 여성진이었다.
임금님을 포함한 남성진은 그 옆에 깔린 커다란 융단 위에 앉아 있었다. 단장님이나 지단장님도 거기에 앉아 원형으로 앉은 무리에 들어가 있지만, 외눈의 기사들은 호위로 왔기 때문에 서있었다.

 

그러나 사단장과 왕자님이 나란히 앉아 있는 걸 보면 눈요기가 된다. 푸른 하늘 아래 가련한 들꽃을 배경으로 서로 웃는 꽃미남 두 사람. 얼마나 그림 같은 풍경인가.

 

"휴, 더워……"

 

사단장과 왕자님을 훔쳐보며 이리저리 뛰어다녀 기분이 풀린 나는 혀를 내민 채 탁탁탁 다리를 움직여 외눈의 기사 옆으로 돌아갔다.

 

 

“밀 님.”

 

거기서 숨을 돌리며 외눈박이 기사가 주는 물을 마시고 있는데, 레카가 몰래 말을 걸어왔다.

 

“저쪽에서...다들 밀이 와주셨으면 하는 눈치입니다.”

 

레카가 힐끗 쳐다본 끝에는 카펫 위에 둥글게 앉아있는 남성진이 있었다. 확실히 지단장님도 왕님도 왕자님도 지단장님 아빠나 형, 영주의 할아버지까지 나를 보고 있다.
이리로 오렴~ 하고 눈빛으로 호소하는 것 같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입가에 흘렀던 물을 할짝할짝 핥으며 모두에게로 간다.
나는 어느 쪽이냐 하면 여성진 쪽으로 가고 싶었는데. 왜냐하면 저쪽 테이블에 있는 사람들, 뭔가 과자 먹지 않았어?

 

“모두 완전히 정령님 아이의 포로로구나.”

 

아스크 전하가 남자들의 모습을 보고 껄껄 웃었다.
나는 영주 할아버지 옆에 서서, 할아버지가 내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그러자 지단장님, 지단장님 아버지와 형이 다른 아이의 장난감을 부러워하는 아이 같은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이 일가는 참 그렇구나. 이따 그쪽도 갈 테니까 기다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남자든 나이를 먹든 모두 귀여운 것에는 약한 것이다."

 

아스크 전하의 말에 그렇게 답한 것은 임금님이다.
임금님은 동생인 아스크 전하를 향해 계속 말했다.

 

"넌 지금은 샤론이 더 귀엽겠지만."
"나이 들어서 생긴 대망의 우리 아이니까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아요."
"사랑하니까."

 

임금님은 쓴웃음을 짓는다.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정작 샤론이 이쪽으로 왔다.

 

"나 밀이랑 놀래!"
"에"

 

나는 아직 논다고 말하진 않았지만 샤론은 뒤에서 나를 번쩍 안아올렸고 남들 사이에서 벗어났다.
아아, 지단장님 일가가 쓸쓸한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다.

 

"소꿉놀이 하자!"

 

샤론이 들판에 앉아 말했다.

 

"좋아."

 

어쩔 수 없지. 당분간은 아이들 놀이에 같이 놀아줄까?
그러자 바로 그 타이밍에 내 옆에 작은 불꽃이 켜졌다.

 

"꺅! 뭐야!?"

 

놀라는 샤론의 앞에서 불길이 커지더니 검은 아기 표범으로 탈바꿈했다. 쿠가르그다.

 

"밀피-! ...응? 어디야 여기? 뭐야, 이 인간들? 본 적 없는 녀석들도 있어"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쿠가르그에게, 나는 쿠가르그가 처음 만나게 될 지단장님 일가족과 영주의 할아버지, 아스크 전하들을 설명했다.

 

"다 같이 소풍 온 거야."
"흐음. 밀피랑 둘이 보고 싶었는데."

 

쿠가르그는 재미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샤론은 소꿉놀이 배역이 늘었다며 좋아했다.

 

"너 불꽃의 정령이구나! 쿠가르그라고 해? 그럼 쿠가르그도 끼워줄게. 같이 소꿉놀이 하자!"
"...소꿉놀이?"
"나는 엄마 역할이야. 그리고 이 아이는 내 딸이야."

 

샤론은 어제 지단장에게 받은 도자기 인형을 옆에 놓았다.

 

"그리고 밀은... 그래 할머니 하자! 그리고 쿠가르그는 애완견 역할이야!"

 

설마 할머니 역할을 할 줄은 몰랐다. 그래도 강아지 역을 맡게 된 쿠가르그보다는 나은가? 표범이니까 적어도 고양이 역을 정해주지 않을지... 라고 생각하는 사이에 소꿉놀이는 시작되고 말았다.

 

“오늘은 날씨가 좋네요. 다 같이 쿠가르그의 산책을 나갈까요? ...할머니도 참! 밥은 아까 먹었잖아요?"

 

어? 할머니가 노망이 들었다는 설정이었구나.
곤혹스러워하는 나와 쿠가르그를 놓고는 샤론은 과장되게 한숨을 내쉰다.

 

"정말 난감해요.할머니는 이렇고, 쿠가르그는 말도 안듣고,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고, 우리 집은 가난하고… 아, 행복이란 뭘까.”

 

 

무거워. 소꿉장난인데 너무 각박하지 않아?
여자라면 공주놀이를 자주 하겠지만, 진짜 공주는 반대로 가난한 놀이를 하는건가, 라고 좀 공부가 되었다.

 

샤론이 “괴로워...” 라고 몹시 능숙한 연기로 불행을 한탄하는 가운데, 쿠가르그는 한가한 듯이 하늘을 응시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재채기를 참고 있었다.
따뜻한 계절에 이런 잡초가 많이 자라고 있는 곳에 오면 꽃가루가 날리는지 코가 좀 근질근질할 때가 있거든.

 

한동안 으르렁거리며 코에 주름을 만들며 버티고 있었지만, 드디어 참을 수 없게 되었다. 마주보고 있는 샤론에게 재채기를 퍼붓는 것이 아무래도 좋지 않아 나는 순간 고개를 돌리고 크슉! 하며 재채기를 한다.

 

그러나 내가 고개를 돌린 끝에는 쿠가르그가 있었고, 게다가 재채기와 동시에 작은 눈보라가 입에서 터져 나와 쿠가르그의 얼굴이 온통 눈으로 덮였다.

 

“...?!”
"쿠가르그, 미안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 채 쿠가르그는 시야를 가리는 눈을 잡으려고 발버둥쳤다. 나도 앞발로 눈을 털어주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

 

“뭐 하는 거야 너네?”

 

샤론은 신기해하는 것 같았다.
그러자 거기에 외눈의 기사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손수건으로 쿠가르그의 얼굴을 쓱쓱 문지른다. 쿠가르그의 체온으로 눈이 녹기 시작하면서 쿠가르그의 얼굴이 깨끗해졌다.

 

“고마워요, 외눈의 기사..“

 

역시 내가 얼빠졌을 때 대처가 빠르다. 아마 계속 이쪽을 보고 있었겠지
외눈의 기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금 떨어진 제자리로 돌아간다.

 

“쿠가르그, 미안해. 재채기가 나와버려서. 괜찮아?”
“밀피의 재채기라면 아무렇지도 않아.”

 

그러면서 그는 앞발로 얼굴을 닦으며 헝클어진 털을 가다듬고 있었다. 미안.
문득 샤론에게 시선을 돌리면 샤론은 떠나는 외눈의 기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다지 호의적인 시선은 아니야. 조금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고나 할까...
게다가 북쪽 요새의 다른 사람들도 차례로 값을 매기듯이 보고 있다.

 

“샤론, 소꿉놀이는 계속할거야?”

 

그런 눈으로 모두를 보는 것이 싫어서, 나는 그렇게 말하고 그녀의 주의를 이쪽으로 돌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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