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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기와 함께/북의 요새에서(北の砦にて)

북의 요새에서 4부 11

by Iskierka 2021.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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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부 - 불가사의한 사건

 

10. 피서(4)


 

“할머니, 또 멋대로 돈을 썼구나! 이런 항아리를 사서 뭐해? 우리 집은 가난하단말이야.”

 

할머니 역할이라 혼나는 나. 샤론의 각박한 소꿉놀이가 계속되는 가운데 나는 문득 다른 생각을 했다.
아까 재채기와 함께 눈보라가 치는 것은 내가 의도한 일이 아니었지만, 요즘은 내 뜻대로 낼 수도 있게 된 것이다.
나는 왕족들에게 다과와 과자를 나르고 있는 하인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과일이 있나?’

 

지금이 왕족들에게도 내 능력을 보여줄 기회라고 생각했다. 반쯤 얼어붙은 차갑고 맛있는 과일을 피서 온 사람들도 먹게 하는 것이다.

 

“아 잠깐, 밀!”

 

샤론의 제지를 듣지 않고 소꿉놀이에서 빠져나와 나는 하인 곁으로 향했다. 집사스러운 옷차림의 아저씨다.

 

“저기요.”
“!”

 

내가 말을 걸자 집사는 깜짝 놀라 눈을 둥그렇게 떴다. 하지만 곧 나와 시선을 맞추기 위해 쪼그리고 앉아 부드럽게 말한다.

 

“눈의 정령께서 말을 걸어주시다니 영광입니다. 저한테 용무가 있으신가요?”
“저, 저 과일이 좀 필요해. 어떤게 있어?”
“예, 제철 블루베리라면 준비해 두었습니다.”

 

블루베리 좋은데? 작아서 얼리기 쉬워

 

“줘! 임금님들 자리와 왕비님들 식탁에 차려줄래?'”
“곧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비싼 접시에 올라간 블루베리가 먼저 남자들 쪽으로 운반되어 오자 나는 가슴을 펴고 말했다.

 

“너희들 차갑고 맛있는 거 해줄게.”
“호-, 뭐지?”

 

단장님이 유쾌한 듯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지단장님 말고는 내가 뭘 하는지 모르고 즐거워하는 눈치였다. 쿠가르그와 샤론도 흥미를 생겼는지 이쪽으로 온다.
그리고 나는 요새에서처럼 블루베리를 향해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자 작은 눈보라가 몰아친 블루베리는 희미하게 눈에 덮였다.

 

“먹어봐!”

 

나는 생글생글 웃으며 말한다.
그런데 갑자기 냉정해졌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왕족이나 귀족들이다. 여우가 입김을 내뿜는 것 따위 더럽다고 생각하는 것이 틀림없다.

 

“아, 역시 됐어. 안 먹어도 괜찮아.”

 

신이 나서 윙윙거리던 꼬리를 내리고 말했다.
그런데 그 때 지단장님이 블루베리에 손을 뻗어줬다.

 

“밀이 블루베리를 얼려준 거예요. 전에도 먹어봤는데 차갑고 맛있어요.”

 

지단장님이 그렇게 말하고 블루베리를 먹으니, 다른 모두도 “어디 보자” 라고 흥미진진하게 접시에 손을 뻗는다. 임금님도 왕자님도, 모두.

 

“아, 정말이다.차가워서 지금 계절엔 최고네.”
“겉은 얼었지만 속은 싱싱해서 맛있네.”
“나도 먹고 싶어.”

 

샤론도 블루베리를 집어 입에 넣고 “차가워! 그래도 맛있어” 라며 웃음을 지었다.

 

“에헤헤”

 

모두가 기뻐해줘서 나도 기쁘다. 꼬리는 기운을 되찾았고 다시 좌우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가게를 낸다면 틀림없이 잘 팔릴 거야.”

 

단장님이 나를 향해 껄껄 웃으시자 그 말을 들은 지단장님 아빠가 대뜸 이렇게 말했다..

 

“이 아이가 가게를 내면 뭘 팔아도 팔리지. 잡동사니를 판다 하더라도 살 때 머리를 좀 쓰다듬게 해 준다면 나는 아낌없이 돈을 지불할걸.”

 

지단장님 아빠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생각했다. 아마 지단장님 일가족을 상대로 장사를 한다면, 나는 평생 편하게 살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한번 쓰다듬는데 천엔정도만 줘도 ‘싸다’ 라면서 지불할 것 같고, 하루에도 몇 번씩은 쓰다듬으러 올 것 같다.

 

그런 대수롭지 않은 생각을 하며, 다음은 왕비님들이 계신 테이블로 향했던 나는, 똑같이 반쯤 얼은 블루베리를 제공해 다시 한번 호평을 받았다.

 

“새로운 디저트네요. 과일 여러 가지를 얼려 봤으면 좋겠어요.”

 

아스크 전하의 부인이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한편 그의 딸 샤론은 다시금 외눈의의 기사들과 북쪽 요새의 면면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싫은 느낌의시선이다.
그리고 샤론은 한쪽 눈썹을 치켜들더니 나를 향해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있잖아, 밀은 왜 북쪽 요새 같은 데 있어? 난 여기 기사들 별로 안 좋아해. 야만적으로 보이는 사람만 있는 것 같아. 왕성이나 내 집에 오면 더 화려하고 멋진 기사들이 많이 있을 거야.”

 

나는 미간을 찌푸렸지만, 털로 덮여 있어서 샤론은 알아주지 않는다.

 

“아까 쿠가르그 얼굴을 닦으러 온 기사는 큰 상처로 왼쪽 눈을 가렸고, 저쪽 기사들은 도저히 기사답지 않게 생겼어. 어떻게 저런 사람들이 기사가 될 수 있었을까?”

 

샤론은 외눈박이 기사와 무서운 얼굴 군단을 차례로 보고 말했다. 게다가 아직 뭔가 나쁜 말을 계속하려 했기 때문에 앉아 있던 나는 그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너무 심한 말 하지 마!”

 

자기도 모르게 큰소리로 외치다.

 

“모두 아주 멋진걸!”

 

나도 처음에는 북쪽 요새의 기사들이 엄격하다고 생각해서 겁먹었지만, 정말로 야만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리고 외눈의 기사 얼굴 상처가 어때서? 무서운 얼굴 군단의 얼굴이 어때서? 도저히 기사 같지가 않다고?

 

샤론은 내가 소리를 크게 질러서 놀란 것 같았다. 주변 사람들도 모두 놀라서 이쪽을 보고 있다.
상대는 아직 7세의 여자아이라서, 아이에게 진심으로 화를 내는 것은 어른답지 않기 때문에 나의 화는 곧 사그라들었지만, 분한 마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얼굴은 기사와 상관없어. 겉보기에는 무서워보일수도 있지만, 모두 굉장히 상냥하고 의지할 수 있는걸. 진짜진짜 친절하단 말이야…”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 사람을 잘 모르는 인간에게 욕먹으면 이렇게 슬프고 억울한 거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던 듯, 쿠가르그가 황급히 핥아 주었다.

 

“밀피, 울지 마. 곤란해.”

 

그리고 샤론은 놀란 얼굴로 중얼거린다.

 

“미르 화났어? 나 야단맞은거야?”

 

샤론은 별로 야단맞은 경험이 없는지 멍한 표정이지만, 곧 무슨 대꾸가 오지 않을까 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래서 가만히 있었지만 샤론은 뜻밖에도 슬픈 듯 눈썹을 깔았다.

 

"죄, 죄송합니다..."

 

어? 솔직해. 뭔가 기가 죽은 것 같기도 하고.
틀림없이 어린 아이에게 있을 법한 짜증을 내서 내가 화낸 것 이상으로 화를 낼 줄 알았는데.
맥이 풀린 나도 샤론에 이끌려 힘없이 말했다.

 

"북쪽 요새의 기사, 나쁘게 말하지 않기다……?"
"알았어."

 

샤론이 시무룩하게 말했다.
응.
샤론, 굉장히 솔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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