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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기와 함께/북의 요새에서(北の砦にて)

북의 요새에서 4부 6

by Iskierka 2021.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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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부 - 불가사의한 사건

 

6. 제단


[등장인물]

 

· 아버지, 워터레스트 : 밀의 아버지. 물의 정령으로, 동물의 모습은 거대한 뱀. 천 년 이상 살아서 한가롭다. 아무것도 흥미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밀의 일이 되면 꽤 필사적이다. 딸이 좋아해주길 바라는 아빠.

(블로그주: 이런걸 이런걸 딸바보라고 합니다...)

 



스노우레어 산기슭에는 눈의 정령을 모시는 제단이 있다.
숲 속 탁 트인 곳에 돌로 된 오래된 기둥 두 개가 나란히 붙어 있는, 그게 다인 곳이다.

그 기둥 사이에는 나중에 만들어진 것 같은 나무받침이 있어서 인근 마을 사람들은 거기에 제물을 놓고 이 땅의 평화를 기원하는 것이다.

내가 이 제단에 놀러 오면 기도 중인 마을 사람들과 가끔 마주친다.
하지만 숨어서 지켜보면 이들은 큰 부자가 되고 싶다거나 나를 지켜 달라는 독선적인 소원을 하지 않는다.

그저 '이 땅을 지켜 주십시오' , '지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만 할 뿐이다.
어머니가 이곳에 오기 전에는 산꼭대기 부근의 눈이 여름에는 모두 녹았던 것 같으니 마을 사람들은 이웃 침입자의 위협에 겁을 먹었을 것이다. 그래서 눈을 내리게 하는 정령에게 감사해한다.

그런 겸허한 마을 사람들이 나도 좋다.

게다가 요즘은 어머니를 위한 술뿐만 아니라 나를 위해 과자와 과일도 차려주고 있다. 마을 사람들도 내 존재를 깨닫고 있는 것이다.
내가 몰래 마을에 놀러가거나 스노우레어 산기슭에서 놀던 중에 목격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요새에 내가 놀러 와 있다는 소문을 들은 것 같다. 꽤 오래 전부터 내 존재는 마을 사람들이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나에게 바치는 제물은 대부분의 경우 먼저 동물들에게 먹혀 버리는데, 그건 그거대로 좋다. 특히 겨울에는 동물들도 배를 곯고 있으니까 말이야. 마을 사람들의 제물은 어려운 환경에 사는 동물들을 굶주림에서 구해 주고 내 마음도 따뜻하게 해 주고 있었다.

'뭔가 보답할 것, 없을까?'

아침에 나는 집 근처를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며 답례품을 찾았다. 어머니는 그 힘으로 이 땅을 지키고 계시지만, 나는 마을 사람들에게 아무 일도 하지 않기 때문에 이대로는 계속 받고만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스노우레어 산 정상 부근에 있는 것은 눈뿐이다.

'이 근처는 추워서 식물도 자랄 수 없고, 조금 더 내려갈까...... 아, 맞다!'

순간 생각이 나서 눈 위를 달렸다.
분명 이 근처에 아름다운 꽃이 모여 자라고 있었을 텐데.......

'있다!'

나풀나풀 눈발이 흩날리는 가운데 하얀 꽃이 수북이 피어 있는 모습은 좀 묘하다.
그런데 이 하얀 꽃은 스노우레어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으로, 아무래도 추위에 강하다......랄까 추운 쪽이 좋은 것 같다.
그리고 겨울에도 산기슭에서는 별로 볼 수 없으니까, 고도가 높은 곳에서 피어 있는 것이 많은 것 같다. 가혹한 환경을 좋아한다니 별나다. 단련하는 것을 좋아하는 외눈의 기사나 레카씨 같은 수준의 가혹함이다.

나는 이 금욕적인 꽃을 공물의 답례품으로 하려고 사람 모양으로 변해 꽃을 따기로 했다.
작은 손으로 줄기를 꽉 잡고, 곧 뽑는다.
뽑기... 뽑기... 뽑기... 어? 

"뽑히..지 않아!"

금욕적인 꽃, 강하다!
역시 이런 환경에서 살고 있기는 하다. 깊은 곳까지 뿌리를 박고 있는 것 같다.

"어? 근데 땅까지는 도달하지 않았나봐"

양손으로 살살 쓸어서 부드러운 눈을 치우자 오래되고 단단한 눈 층에 이르렀다. 금욕주의자 꽃은 거기서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 같다. 흙이 아니라 눈에 나는 꽃이 있다니.

"좋아, 한 번 더"


이번에는 두 손으로 줄기를 잡고 꼬리를 쭉 펴 힘을 준다.

"으음......아아아!"

뿌리째 꽃이 뽑혀서 그 기세에 나는 뒤로 한 바퀴 돌았다.

"아야야.... 와, 정말 대단하네"

굵고 길어 문어 다리처럼 이리저리 굽이굽이 뻗어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예쁜 꽃뿐이어서 뿌리는 자르려고 했지만 줄기가 딱딱해서 잘려지지 않았다. 정말 튼튼한 꽃이구나.

"어쩔 수 없네. 뿌리채라도 좋아. 몇 개만 더 뽑아 가자."

한 개 딸 때마다 기세가 넘쳐 뒤로 나자빠지면서 나는 공물의 답례를 확보한 것이다.

"생각보다 힘들었다......"

꽃을 꺾는다고 하면 보통은 여자답고 동화같은 광경이 떠오를거다. 하지만 금욕적인 꽃은 따면 딸수록 숨이 차고, 매번 뒤로 한바퀴 돌기 때문에 머리도 옷도 흐트러진다.

나는 사람의 모습을 한 채로 헉헉 하고 숨을 몰아쉬면서 일곱 송이 따온 금화 금욕적인 꽃을 안고 기슭의 제단으로 향했다.
전부 문어 다리처럼 뿌리를 박아 꽃의 아름다움이 희미해져 있지만, 뭐 인간은 가위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뿌리를 잘라 장식해 줄 것이다.

"'이걸로 됐어."

제단 받침대에 꽃을 꽂으며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마을 사람들이 이것을 알아 주었으면 좋겠는데.
등 뒤에서 들려온 발소리에 내 귀가 쫑긋쫑긋했다.

'누군가 왔다!'

나는 아기 여우의 모습으로 돌아가 깡충깡충 뛰어서 나무 그늘에 몸을 숨겼다.
제단에 온 것은 근처의 마을에 사는 부모와 자식인 모양이다. 30대 정도의 어머니와 10세 정도의 여자아이가 손을 잡고 걸어왔다. 공물인지 어머니는 한 팔에 바구니를 걸고 있다.

"자, 도착했다. 같이 기도하자....어머? 누가 꽃을 바쳤나? 뿌리를 잘 뽑아야지..."

어머니는 금욕적인 꽃을 알아본 듯하더니 갑자기 말을 멈췄다.

"어머나! 이건 얼음꽃이야!"
"얼음꽃?"


아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나무 뒤에서 나도 똑같이 고개를 갸웃한다.

"얼음꽃은 귀한 꽃이야. 고도가 높은 곳에서 밖에 피지 않기 때문에 좀처럼 손에 넣을 수 없어. 게다가 얼음꽃은 말이야, 예쁘기만 한 게 아니야. 뿌리 부분은 감기에 잘 듣는 약이 돼. 정말 잘 듣는다니까. 감기가 아닐 때에도 먹으면 몸이 따뜻해지고 건강해져. 온몸이 포근해서 겨울에도 추위를 전혀 못 느껴."

"우와, 대단하다. 근데 누가 이걸 바쳤지? 스노우레어 산을 올라가서 따왔다는 거야? 마음대로 올라가면 정령님이 화낼 것 같은데"

"정령님께 여쭈어 보고 나서 산에 올라가 얼음꽃을 따게 하는 일은 있지만...... 하지만 보통은 스스로 사용하기 때문에, 제단에 올리는 의미는 잘 모르겠어. 정령님은 얼음꽃을 받아도 특별히 기뻐하지 않으실 것 같은데......"

부모 자식이 그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기 때문에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나무 그늘에서 뛰어나와 '크응'하고 울었다. 모녀는 이쪽의 존재를 알아채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다.

"하얀 여우....... 저, 정령의 아이야......!"
"우와 진짜!?"

깜짝 놀라는 모녀를 향해 나는 큰 소리로 말했다.

"'그거 줄게!"

그 말만 하고, 펄쩍 뛰며 숲에 몸을 숨겼다. 마을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은 처음이라, 뭔가 긴장되고 부끄럽다.

"그럼 이건 정령의 아이가?"

어머니는 얼음꽃을 한 송이 집어들며 중얼거렸다. 모녀는 한동안 나를 찾아 숲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내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자 자기들이 가져온 제물을 대신하여 얼음꽃을 바구니에 넣었다.

"겨울까지 건조시켜 약으로 삼자. 뭐라고 감사해야 할지... 정령님이 주신 거니까 마을 사람들에게도 나눠주도록 하자.다들 깜짝 놀랄 거야."

어머니는 아이에게 그렇게 말한 뒤 모습이 보이지 않는 나를 향해 인사를 했다.

"정령의 아이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이도 뒤이어 머리를 조아린다.

"......천만에요!"

이렇게나 고마워 할 줄은 몰랐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나무 뒤에서 소리쳤더니 모녀가 '후후'하고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에게 자랑해야지"
"모두 부러워할거야. 또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응!"

떠나는 모녀를 배웅하면서, 기뻐해주어서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얼음꽃은 스노우레어 산 정상 부근에 일년 내내 피어 있으니 다시 답례품으로 가져와야겠다. 피곤하지만 모두가 좋아해준다면 괜찮아.

모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나도 돌아가려고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거기서, 발밑에 붉은 과실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멈추었다.
생긴것으로 보아 아마 딸기겠지만 정식 이름은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어디서나 가끔 보이는, 그다지 희귀하지는 않은 식물이다. 맛있을 것 같아서 한번 먹어 본 적도 있다.

그것은 일주일 정도 전, 다른 나라의 큰 호수에 살고 있는 물의 정령인 아버지 댁에 놀러 갔을 때의 일이다.
그때에도 지금 발밑에 있는 것과 같은 야생 딸기를 호숫가에서 발견하고 물에서 머리만 내놓고 있는 아버지에게 물었던 것이다.

"이거 스노우레어 산 아래에서도 가끔 볼 수 있어. 먹을 수 있는거야?"
"...글쎄? 먹어본 적이 없어서...먹으려고 생각한 적도 없어서...모르겠네."
"그렇구나. 그래도 맛있어보여."

그러면서 눈앞에 있는 열매를 덥석 물려고 했더니 아버지가 말렸다.

"밀피리아......그만둬.......독이......있을지도 모른다. 먼저 내가, 먹어 보지......"

아무래도 아버지께서 먼저 기미를 해 주시는 것 같다. 괜찮을까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사람 모습으로 변신해 야생 딸기를 따고, 말 그대로 아버지의 큰 입에 던져 넣었다.
아버지는 졸린 눈을 한 채 꿀꺽 삼켰지만 잠시 기다려도 독에 의한 이변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래도......독은 없는 것 같구나.......배가 고프다면...... 밀피리아도 먹어도 괜찮아."
"응. 맛있었어?"
"맛은......잘 모르겠는데... 음식 먹은 것도... 거의 처음이니까. 맛있다고 하는 감각도......모르겠다."
"그렇구나."

세상에 맛있는 것이 잔뜩 있는데 먹는 기쁨을 모르다니 좀 불쌍하다. 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조그마한 빨간 열매를 따서 입에 넣었다.
그러나 예상했던 것과 같은 단맛이나 신맛은 거의 없고 겉보기에 선명한 붉은색과 달리 맛이 싱겁다.

"음..."
"밀피리아......왜...?"
"생각만큼 맛있지 읺아."

맛은 없지만, 좀 더 달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싱겁게 느껴진다.
나는 꼬리를 축 늘어뜨리며 중얼거린다.

"더 달았어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이 세계에도 달콤한 과일은 있지만, 일본 쪽이 맛있는 것이 많았던 것 같다.아마, 이 세계에서는 현대 일본만큼 과일의 품종 개량이 진행되지 않은 것 같다.
예를 들면 이 세계의 딸기는, 단맛이 옅거나 단맛이 있다고 하더라도 신맛도 강하거나 한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달고 맛있는 품종이 많았다. 한 알이 크고 포만감이 있어 씹으면 야들야들한 단맛이 퍼진다. 산미는 조금도 느끼지 않는 일본의 딸기.......

"달콤한 딸기, 먹고싶다~~"

전생을 떠올리며 나는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중얼거림을 아버지가 하셨다녔다.

"달콤한, 딸기.......밀피리아는, 그것이 먹고 싶다는, 것인가......"

아버지는 여전히 졸린 눈을 하고 있었지만, 그 큰 눈으로 이쪽을 응시하고 있다.

"응, 먹고싶어요. 하지만, 제가 먹는것 뿐만이 아니라, 아버지에게도-"

내가 말하는 도중에 아버지는 탁 소리와 함께 인간형으로 모습을 바꾸었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도 눈은 졸린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의 아버지는 무언가 의욕이 넘치고 있었다.

"알았다...... 밀피리아를 위해서, 달콤한 딸기를......내가......따와 주마."
"네?"
"온세상을 돌면, 어딘가에, 밀피리아의 마음에 드는 것이......있을 것이다..."
"온 세상을?"
"며칠 정도 걸릴지도 모르겠지만......기다리고 있어라.......반드시...달콤한 딸기를 가지고 가겠다.......밀피리아가......좋아한다면"
"아,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는 이동술을 이용해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 것이다. 한 번은 뒤따라 날아봤지만 아버지는 어느 숲 속에서 딸기를 찾는 데 열중하셔서 내가 '딸기를 찾지 않아도 돼' 라고 얘기 해도 듣지 않으셨다. 아무래도 진심으로 한 말인 것 같아.

'아버지, 지금쯤 어디에 계시려나?'

나는 걱정이 되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버지가 온 세상을 찾아도, 일본에서 팔았던 것 같은 달콤한 딸기가 있을거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내가 달콤한 딸기를 먹고 싶다고 말해버려서.......무리한 난제를 아버지에게 부과해 버렸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나는 아버지가 돌아오시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여기 나오는 정령들 너무 웃겨요 ㅋㅋ

정령들은 애정기반으로 아이를 만들고 낳는것도 아니고

부모의 의미도 없다고 했는데, 딸바보인 워터레스트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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